아무래도 성남도서관에서 빌린 책들은 회사에 들고 드나들다가 문제가 생길수도 있어, 회사 휴게실에 있는 책들을 주로 읽고 있다. 새빨간 책 등이 눈길을 끌어서 꺼내들었는데 어디선가 제목을 들어본 적이 있는 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이라 바로 대출신청을 했다.
얼마전 ‘세계의 끝 여자친구’와 ‘김유정 문학상 수상집’들을 읽고 그 난해함에 크게 데어서 현대 한국 소설가들의 책에는 손대기가 꺼려졌었는데, 생각보다 쉽게 술술 읽혀서 기분이 좋았다. 그렇지만 그 쉽게 술술 읽힌 앞 부분이 사람을 얼마나 혼란 스럽게 하는지, 막판에 가서는 정신줄을 붙잡고 진실이 무엇인지, 그 장면에서 그럼 주인공이 실제로 대화를 나눈 것은 누구인지, 실제로 본 것은 무엇인지 엄청나게 혼란스러웠다.
요 최근 기억력이 많이 감퇴해서 걱정이 많은 가운데, 알츠하이머를 주제로 삼은 책을 읽으니 그 자체로도 기분이 복잡했다. 아마 상황을 좀 더 극적으로 이끌어가기 위해 저자가 주인공의 과거를 살인자로 설정한 것이겠지만, 너무 가볍게 살인을 말하는 책이 한편으로는 씁쓸했다.
“혼돈을 오랫동안 들여다보고 있으면 혼돈이 당신을 쳐다본다.”-니체
지금까지 진실이라고 믿었던 것이, 꾸며진 생각일 수도 있다라는 결론만 내리고 내 생각을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지 말자고 생각하면서 마무리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