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F1 British GPX 후기

2022/7/1-2022/7/3

F1 서킷 중 베스트를 꼽으라고 하면 항상 들어가는 영국의 Silverstone 서킷. 마침 일정 막바지에 British GPX가 있어서 설레는 마음으로 티켓을 구입했다.

일정이 프랑크푸르트 인-벨기에를 거쳐-영국 아웃하는 일정이라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렌트해서 독일의 Nürburgring (노르트슐라이페)를 거쳐 벨기에 Spa francorchamps을 거쳐 학회에 참석한 다음, 영국에서 Silverstone까지 3대 서킷을 찍어볼까 하는 생각도 하였지만, 그것은 너무 미친 생각인것 같아 접고 Silverstone에만 올 인!

베텔이 영 흥하지 않는 요즘이라, 딱히 응원하는 팀도 선수도 없고 서킷이랑 F1 카 엔진음을 듣는 것에 목적이 있어 모든 좌석을 돌아다닐 수 있는 금요일 Practice session의 General Admission 티켓을 구입했다. 실버스톤 서킷은 아래와 같이 생겼고 점선 표시된 지역을 따라 쭉 돌아다니며 구경할 수 있다. 그래서 낚시의자랑 큰 우산을 가져와서 좋은 목잡고 앉아 보시는 분들이 많이 보였다.

(https://www.silverstone.co.uk/)

실버스톤까지 가려면 길이 복잡하기 때문에, Megabus에서 빅토리아 코치스테이션 – 실버스톤 서킷 왕복 버스 티켓을 구입했다. 생각보다 가격은 나쁘지 않아서 40파운드 정도. 그러나 가는 버스를 결국 놓쳐서 기차타고 버스타고 영국 시골 마을들을 거쳐서 겨우 도착했다…..2층 버스를 타고 실버 스톤 근처에 다다르니, 길이 막히기 시작. 이때 부터 설렘도 시작!

우여곡절 끝에 도착한 실버스톤 입구! 2013년에 Korea GPX때 트랙마샬(경기진행요원)으로 자원 봉사를 했어서인지 안내하는 봉사자 분들을 보니 저 사람들 덕분에 GPX가 진행되는 거지하면서 괜히 반가운 마음이>_<

금요일 일정은 Practice session 1이 13시-14시/ Practice session 2가 16시-17시에 진행된다. 중간중간 F3 퀄리도 있고, 옛날 F1차량들이 시연을 보이는 Session이 있었는데 요게 정말 신기. 아니 저 깡통이 아직 굴러간단 말이야?!

아래는 각 구간들에서 본 사진들 돌아본 순서대로 나열.

들어가자마자 오버스티어로 미끄러지는 차량 발생. 스파크까지 튀어서 깜짝 놀랐는데 다행히 핸들 잘 잡고 다시 잘 주행했다. 어느 팀인지는 모르겠네. 윌리엄즈 같기도 하고. 한국 GPX때 연습세션 막판에 로맹 그로쟝이 우리 섹션 앞에서 비슷하게 미끄러져서 본부에 사고 보고 무전 치던 기억이 아직도 새록새록하다 ㅋㅋㅋ
사실 중간에 비가 많이 와서, 노면이 꽤 젖어있었다. 그래서 타이어를 우천용으로 바꾸느라 다들 시간이 한참 걸림. 아까운 내 구경시간…ㅠ_ㅠ 코너쪽은 속도가 줄어서 저 정도로 튀진 않았는데 직선구간은 엄청나게 물보라를 일으키며 달린듯.
메인 그리드, 줌을 땡기니 개러지까지도 살짝 보여서 너무 좋았다.

그리고 영국 그랑프리에서 너무 놀란건, 해밀턴의 엄청난 본진이었다는 것. (참고로 해밀턴은 2020년 리오넬 메시와 함께 올해의 남자 선수상을 수상했다.) 월드챔피언에 7번이나 올라 Sir. Hamilton의 칭호까지 받은건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해밀턴 차량이 멀리서 나타나면 기립박수를 치는 열혈 팬들 ㅋㅋㅋ General Admission이라 그닥 시야가 좋지는 않았는데, 박수소리를 듣고 해밀턴이 오고있다는 것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아래는 폰카로나마 담아본 차량들. 루이스 해밀턴/ 막스 베르스타펜/ 세바스찬 베텔.
포디움에서 까불거리던 셉이가 그립구나.

환경보호를 이유로 2013년이 8기통 엔진이 사용되는 마지막 해였고, 그 이후 직관을 안 했는데 6기통은 생각보다도 더 소리가 작아서 아쉬웠다. 뭔가 가슴을 울리는!그런게 없어! 쩌어 멀리서부터 지축이 쿠쿠쿠쿵 울리는 소리 들으면서 설레야하는건데. 6기통은 왠지 작다..

런던으로 돌아가는 버스가 4시반 출발이라 아쉽지만 Practice2는 다 보지 못하고 아쉽게 떠나왔다. 출구쪽에 보면 저렇게 텐트치고 3일을 묵으시는 분들도 있고. 역시 F1의 성지답다는 생각이.

F1 성지 탐방이었지만, 역시 기억에 찐하게 남은 영암이 가장 예쁜 것 같다. 요렇게 마치면 아쉬우니 영암사진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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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RÇA – Simon Kuper

Barça – Simon Kuper

영국 여행을 갔다가 서점에서 흥미로워 보이는 책을 발견했습니다. 지난 번 소개드린 책들 이후의 시기가 정리되어있는 책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었는데. 마침 그런 책이 있더라구요.

사커노믹스, 풋볼맨등을 집필한 사이먼 쿠퍼의 최근 작으로, 2021년 12월에 나온 책입니다. “현대 축구를 세운 클럽의 흥망성쇠 (The rise and fall of the club that built modern football)”이라는 부제를 보고 안 살 수가 없더라고요. 얼마나 슬픈 이야기들이 잔뜩 담겨있을지…

다 읽고 리뷰를 올리고 싶지만, 그것은 기약이 없으므로 소개만 먼저 올립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구매하여 보셔도 좋겠지요. 아직 번역본은 안 나온듯 합니다. (Amazone link: https://www.amazon.co.uk/Bar%C3%A7a-rise-worlds-greatest-football/dp/1780724748)

목차는 아래와 같습니다.

Part 1 – 카테드랄 내부

소개 : Barça 에 대해 알아가기

  1. Barça 저택안에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2. 공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
    Part 2 – 건축가
  3. FC Barcelona – 요한 크루이프의 독창적인 아이디어로 부터
  4. 안무가
  5. 크루이프 : 그의 몰락에 있어서 나의 영향 (?)
    Part 3 – 황금기, 2008-2015
  6. 기숙학교의 꼬맹이들 : 유스 아카데미, 그 이상의 것
  7. 그걸 어떻게 하는걸까? 리오넬 메시 이해하기
  8. 고도의 스타일, 2008 -2012
    Part 4 – 재능을 만나보기
  9. ‘재능’에 대해 정의하기
  10. 능력자 규칙
  11. 능력자는 어떻게 살아가는가
  12. 먹고, 운동하고, 자라 : 능력자와 개인 요리사
    Part 5 – 성전의 붕괴
  13. 이적시장에서의 불운
  14. 모두가 Masia가 된다
  15. 클럽 그 이상의 클럽이라?
  16. 메시의 클럽
    에필로그 : 결말은?

우선 저는 Part 5부터 읽어볼까 싶습니다. 사실 팀이 내리막을 걷고 있을때 팬심이 많이 줄어서 경기를 많이 챙겨보지 않았던터라, 그 시기를 좀 Follow up하고 싶은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오늘날의 상황과 가장 큰 상관 관계가 있을것이므로.

내용은 제가 읽어보지 않았으니 따로 언급은 하지 않겠습니다.

목차앞에 간략하게 ‘출연진 소개’, ‘Barça 용어 소개’라면서 등장하는 선수 및 보드진, 이외 인물들에 대한 짤막한 코멘트를 남겨놓았는데 이것도 꽤 재미있네요. 살짝 스포해드리자면,

호셉 마리아 바르토메우 (Josep Maria Bartomeu ; 1963- ) – 2020년 사임 전까지 2014년 부터 바르싸의 회장을 역임. 영 좋지 못한 선수들을 너무 비싸게 삼. 가업을 운영중. 착한 녀석임 애는 착혀

가장 최근의 바르싸 상황을 풀어낸 책이 아닐까 싶습니다. 조만간 번역본도 나왔으면 좋겠군요.

(아니면 이 글을 보시는 출판사 관계자 분이 계시다면, 저한테 맡겨주시면 제가 부업으로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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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 페란 소리아노

우연히 들어가는 공은 없다 – 페란 소리아노

지금은 맨체스터 시티의 보드진을 맡고있지만, 03-08년도에 FC바르셀로나의 부사장을 역임한 페란 소리아노의 글. 축구 서적이라기보다는 온라인 서점에도 자기계발/성공학으로 분류되어 있는만큼 경영서적에 가깝다. 그렇지만 암흑기였던 FC바르셀로나를 어떻게 다시 일으켜 세웠는지 각 단계별 전략을 정리해 놓은 글이라 꾸레들에게는 보드진이 어떤 계획을 가지고 그 시기를 운영했는지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자료라고 생각한다.

책은 열 개의 챕터로 나누어 ‘축구’라는 산업의 특성을 분석하는 것을 시작으로 FC바르셀로나 재정의 문제점, 타개점, 선수들의 연봉 체계 재 수립, 타 팀과의 협상에 있어서의 자세, 상품으로서의 바르셀로나가 추구해야할 가치, 팀 성적, 선수들의 자세, 감독의 리더십 등에 대해서 순차적으로 다루고 있다.

페란 소리아노가 정의내린 축구라는 산업은 “매주 공개 평가가 이루어지고, 구단의 자산인 선수는 인격체임과 동시에 사고 팔수 있는 자산으로 시장가치가 항상 변동하는 다루기 어려운 무언가 이며, 최종적으로는 돈 벌이를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닌 승리를 목표로 해야하는 산업”으로 일반적인 산업계와는 다르다고 말하고 있다. 물론 팀의 성적이 수익과 거의 비례하지만 보드진의 목표가 단순한 이익 추구가 아닌, 팀의 성적에 향해 있었다는데서 한편으로는 기쁜 마음이 들었다. 어쨌든, 03년에 페란 소리아노가 분석한 FC바르셀로나의 상황을 살펴보자.

  1. 02/03시즌 FC바르셀로나의 총 수입은 세계 13위
  2. 수입은 떨어지는데 지출만 크게 증가하고 있는 상태
  3. 선수들의 연봉은 수입의 88퍼센트에 달함
  4. 당시 FC바르셀로나의 부채는 연간 총수입의 151%에 달함
  5. 4시즌 연속 무관으로 스타플레이어조차 없음
  6. 캄노우 관중수 크게 감소

이게 2022년이 아니라구요? 이에 페란 소리아노가 내놓은 타개책은, 긴축 재정으로 선수 이적시장을 걸어잠그는 것이 아닌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부채 상환을 하면서 내부적인 투자는 지속한다”였다. 이런 전략을 선택한 것은, 당시의 바르셀로나는 갈데까지 가서 더 잃을게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차라리 가장 확실한 전략이었다고 한다. 지금, 2022년 비슷한 상황에 처한 FC바르셀로나는 어떤 전략으로 상황을 풀어가려고 하는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우선 이적시장을 걸어잠그지는 않는 것 같고…불필요한 지출은 줄이고 있는지 의문이.

(출처 : goal.com)

수익을 창출하는 방법으로는, 사망했는데도 소시오 명단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정리하는 등 회원 명부와 재정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단기적으로는 금전적 손해일지는 몰라도 FC바르셀로나의 가치 창출을 위해 UNICEF에 투자하며 팀의 사회적 가치를 높여 꾸레들에게 팬으로서의 자부심과 소속감을 가질 수 있게 하는 방법을 택했다. 이런 방법을 택했을 때, 일본에도 소시오 가입을 허용하자 경기장에 오지 못하는 데도 팬으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아 회원이 더욱 증가하는 결과를 낳았다. 추가적으로 지속적으로 꾸레들을 경기장에 찾아오게 하고, 스폰을 더 많이 받고, 상금을 획득하기 위해서 팀의 성적이 좋아야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선수단의 재정비를 하나의 예로 들며, FC바르셀로나가 추구해야할 올바른 팀의 모습을 설명하고 있다.

팀 전체의 균형이 맞춰지기 위해서는 감독은 스스로와 선수에게 엄격하되 공평해야한다고 주장하며 그런면에서 과르디올라를 이상적인 감독의 예로 들고 있다. 또한, 선수단은 이상가/Dr. No/행동가로 구성이 되어야하며 긍정적인 에너지와 헌신을 가진 선수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2003년의 호나우지뉴를 예로 들고 있다. 반면, 부정적인 에너지와 태도를 가진 선수의 존재가 미치는 영향력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선수단 구성 및 방출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다.

헌신은 전염성이 강한데, 감독이나 팀의 주장이 헌신할 때는 전염성이 훨씬 더 강해진다. FC바르셀로나의 경영진으로 매우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던 2007년 어느 날, 한 선수가 내게 이런 말을 했다. ‘저번 팀 선수들은 훈련 1시간 전에 훈련장에 집합하곤 했어요. 그런데도 감독님은 이미 훈련장에 와 계셨지요. 바르사는 훈련이 11시 정각에 시작된다고 하면, 11시 5분전에야 훈련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선수들도 있고, 아예 지각하는 선수들도 있더라고요. 처음에는 저도 꽤 일찍 나왔지만, 지금은 다른 선수들처럼 5분 전에 나옵니다.’ 그의 말은 FC 바르셀로나의 일부 선수들이 얼마나 열정이 부족하고 헌신하지 않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러한 헌신의 부족은 특히 2006-2007시즌 경기에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들은 형편없는 성적을 냈고, 마지막 날, 레알 마드리드에 골 득점률이 밀리면서 스페인 리그의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 p.152

누군가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출처 : Getty Images)

다음으로 팀의 자산인 선수를 사고파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성공 전략에서는, ‘시장이 과열되어 선수들의 몸값이 치솟는 상황’이 오기전에 빠르게 움직일 것과, 협상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의 대안을 확실히 준비해 놓고 나갈 것, 우리의 마지노선을 확실히 설정해 놓을 것을 말하고 있다. 이것이 협상에서는 유리한 카드로 작용한다고 한다. 과연 이번 여름 이적시장의 바르셀로나는 레반도프스키가 못 올 때, 뎀벨레가 잔류할 때, 데용이 정말 나가게 될 때 등등 다양한 상황에 대한 대안, 해당 포지션의 대체자들을 다 고려하고 협상에 나가고 있는지 의문이다. 이 외에도 상대편이 프리미어리그 팀일때, 세리에 팀일 때 등등 적절한 협상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어서 협상 테이블에 앉기까지 정말 많은 것을 고민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출처 : Getty Images)

다시금 읽으면서 너무 놀랐던 것은 페란 소리아노가 마주한 2003년도의 바르싸가 지금 2022년의 바르싸와 너무도 닮아 있다는 것. 이 책이 2008년에 나온 책이라는 걸 모르고 그냥 본다면 2022년에 쓴 책이라고 해도 믿을지 모르겠다. 부디 이번에도 바르싸가 이 암흑기를 잘 헤쳐나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THE MUSIC OF HANS ZIMMER VS. JOHN WILLIAMS ’22

THE MUSIC OF HANS ZIMMER VS. JOHN WILLIAMS ’22 – RAYMOND GUBBAY PRESENTS/3 July 2022

https://www.royalalberthall.com/tickets/events/2022/the-music-of-hans-zimmer-vs-john-williams/

여행일정을 항상 빠듯하게 잡지는 않지만, 가능한 꼭 확인하는 것들이 있다.

  1. 그 도시 연고로 하는 축구팀 경기장/ 경기 일정
  2. 그 도시에서 유명한 공연장/ 공연 일정

모처럼의 학회 일정이 생겨, 근처 날짜의 이벤트들을 둘러보니 기차타고 해협 하나만 건너 영국으로 가면 축구 시즌아닌 대신 F1이 있고, 공연은…무려 Royal Albert Hall에서 Hans Zimmer & John Willams 영화 음악 콘서트를 한다고!

08년도에 처음으로 유럽을 가 본 이후로도 몇 번이나 더 가면서 로얄 알버트 홀에서 공연 볼 기회를 못잡아 봤는데 드디어 15년만에 엄청 멋질(것으로 기대되는) 공연이 있다는 말에, 휴가 일정을 살짝 무리하게 잡고 공연을 보고 돌아가기로 했다.

코로나 때문에 2020년 공연이 2022년 까지 밀려서 사실 티켓은 매진 상태. Viagogo를 들여다보다가 적당히 괜찮을 것 같은데 가격도 다른 티켓들보다 저렴한 티켓이 있어서 2장 묶음 표인데 우선 지르고 보았다. 영국에 계신 얼굴을 뵌 적없는 지인분이 감사하게도 같이 가주신다고 하셔서 그 쪽으로 티켓을 받는 걸로 하고서도 완전 조마조마. 사기당한건 아니겠지….이젠 지인 분 표 값까지 걸려있는데…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벨기에 학회가 끝나고, 영국으로 넘어가고, 런던에서의 둘째날 아침 조깅을 하면서 로얄 알버트 홀을 지나갔다. 공연장 외관부터도 너무 멋진데다가, 올해는 알버트홀 개장 150주년!! 더더욱 설렘.

그리고 드디어 셋째날, 공연날이 되었다. 짐 검사를 마치고 들어가보니 무려 Box석이었는데, 옆자리 두 분은 인터미션 끝나고는 돌아오지 않으셔서 정말 Box한 칸을 전세내고 봐 버림. 사기는 커녕 이런 자리를 구하다니 ㅋㅋㅋㅋ 안에서 본 알버트 홀은 사진으로 봤을 때 생각한 것보다 작고 아담했다. 사람이 많이 들어가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 그래서 무대 거의 맞은편으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무대가 꽤 가깝게 보여서 더 좋았다.

시간이 되어 오케스트라 악기 튜닝하는 소리를 시작으로 (이게 제일 설레!) 공연 시작. 전에 클덕 친구에게 듣기로 공연장 바닥이 전부 나무로 되어있으면 소리의 울림이 달라 좋은데, 건축비나 관객들의 발소리에 취약해서 대부분의 공연장이 그냥 시멘트 바닥을 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우리나라에서 나무 바닥을 쓰는 곳이 의외로 서천연수원 공연장이라는 얘기를 들어서 신기했던 기억. 와 그런데, 공연장에서 음색이 어찌나 좋은지!! 예당 작은 콘서트 홀에서 클래식 공연을 보면 뭔가 소리가 공중에서 어딘가에서 빙글빙글 도는 느낌(?) 이랄까 귀에 꽃히지 않는 느낌이 들때가 많았는데 알버트 홀에서 연주가 시작되니 음악 속에 푹 파묻힌 느낌. 와 이게 귀 호강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들만큼 불필요한 잡음이나 울리는 소리는 어딘가로 사라지고 악기 소리만 깔끔하게 가득. 감탄과 함께 연주가 시작되었다.

공연 프로그램은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되었다.

ET
다빈치코드
해리포터
인셉션
인디애나존스
쉰들러 리스트
배트맨

-인터미션

캐리비안의 해적
쥬라기 공원
글래디에이터
스타워즈 에피소드 4,1
미지와의 조우
맨오브스틸

슈퍼맨
스타워즈

두 세 곡 연주 간격으로 지휘자 분이 연주된 곡이 어디에 나온 곡인지, 곡의 배경이 어떤지에 대해서 이야기해주셨는데 아주 다 알아들은 것은 아니지만 입담좋게 이야기를 잘하셔서 중간중간 빵빵 터지곤 했다. 인터미션 뒤에는 잭 스패로우 코스튬을 하고 나오셨고, 스타워즈를 할때는 광선검을 들고 나오셨고, 미지와의 조우(close encounters of the third kind)에서는 box 위 아래로 나누어, 서로 멜로디를 번갈아 부르게 참여를 유도했고, 슈퍼맨은 ㅋㅋㅋ 슈퍼맨 옷으로 즉석에서 탈의하셔서 정말 빵 터졌다. 마지막 스타워즈 main theme를 끝으로 두시간 반에 걸친 공연은 순식간에 끝!

바로 Stansted로 가는 셔틀을 타러 가야해서 지체할 여유 없이 떠나야했지만, 공연 끝나고 나와보니 블라우그라나로 물들어 있는 알버트홀은 찍지 않고 지나칠 수가 없었다.

공연장도, 음향도, 프로그램도 모든 것이 최고였어서, 아마도 꽤 오랫동안 ‘내가 지금까지 본 최고의 공연’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